미래 일하는 방식은 2035년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핵심은 일자리의 개수가 아니라 일의 구성 단위가 바뀐다는 데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까지 노동자가 지금 쓰는 기술의 39%가 바뀌거나 낡을 것으로 봤고, 전체 고용의 22%가 새로 생기거나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1억 7,000만 개가 만들어지고 9,200만 개가 사라져 순증 7,800만 개가 남는 계산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준비 상태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중소기업 유연근무 활용률은 11.5%로 대기업 36.6%의 3분의 1에 못 미칩니다. 기술은 빠르게 바뀌는데 일하는 형식은 그대로인 구간, 2035년까지의 10년은 이 격차를 메우는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목차
- 바뀐 것은 도구가 아니라 회의의 순서였습니다
-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과업이 재배열됩니다
- 한국의 유연근무는 왜 제자리에 멈춰 있나요
- AI 에이전트가 들어온 팀은 무엇이 달라지나요
- 2035년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요
- 평가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 개인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 FAQ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바뀐 것은 도구가 아니라 회의의 순서였습니다
지난봄 서울 성수동의 30인 규모 콘텐츠 기업을 반년 간격으로 두 번 방문했습니다. 첫 방문에서 이 회사는 생성형 AI를 쓰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각자 자기 자리에서 초안을 뽑는 수준이었습니다. 회의는 여전히 월요일 오전 10시에 모여 지난주를 보고하고 이번 주를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년 뒤 다시 갔을 때 달라진 것은 도구가 아니라 회의의 위치였습니다. 초안·리서치 요약·경쟁사 모니터링은 금요일 밤에 자동으로 돌아가고, 월요일 회의는 그 결과물을 놓고 무엇을 버릴지 정하는 자리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회의 시간은 90분에서 35분으로 줄었는데, 팀장은 시간이 줄어서 좋다기보다 회의에서 다루는 질문의 층위가 올라가서 좋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무엇을 했는지 물었고 지금은 왜 이것을 하는지 묻는다는 겁니다.
흥미로운 것은 부작용이었습니다. 초안이 넘치자 검토가 병목이 됐습니다. 다섯 명이 하루 열두 편을 만들 수 있게 되니, 열두 편을 읽고 판단할 사람이 부족해진 겁니다. 이 회사는 결국 팀에 편집 담당 한 명을 새로 뽑았습니다. 생산이 빨라진 만큼 판단이 비싸졌다는 뜻이고, 미래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압축해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과업이 재배열됩니다
직업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수십 개 과업의 묶음입니다. 자동화는 직업 단위가 아니라 과업 단위로 들어오기 때문에, 어떤 직업이 없어지느냐보다 그 직업 안에서 어떤 과업이 먼저 빠져나가느냐를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세계경제포럼의 미래 일자리 보고서는 이 흐름을 숫자로 정리했습니다. 2030년까지 필요한 기술의 39%가 교체되는데, 이 수치는 2023년 44%, 2020년 57%보다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변화가 멎었다는 뜻이 아니라 변화가 예측 가능한 궤도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읽는 것이 맞습니다. 재교육을 이수한 노동자 비율도 41%에서 50%로 올라갔습니다.
고용주가 가장 중요하게 꼽은 역량은 여전히 분석적 사고였습니다. 기업의 70%가 필수로 꼽았고, 회복탄력성과 유연성, 리더십과 사회적 영향력이 뒤를 이었습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목록의 1위는 AI와 빅데이터, 그다음이 네트워크·사이버보안, 기술 리터러시였습니다. 기술 항목과 인간 역량 항목이 나란히 상위에 오른 것이 이 목록의 특징입니다.
| 구분 | 2030년까지 전망 | 해석 |
|---|---|---|
| 기술 변화율 | 39% | 2023년 44%보다 완화, 변화 방향이 뚜렷해짐 |
| 고용 구조 변화 | 22% | 창출 14% + 대체 8% |
| 신규 일자리 | 1억 7,000만 개 | 데이터·AI·녹색 전환 직군 중심 |
| 대체 일자리 | 9,200만 개 | 정형 사무·단순 데이터 입력 직군 중심 |
| 재교육 이수율 | 50% | 2023년 41%에서 상승 |
한국의 유연근무는 왜 제자리에 멈춰 있나요
여기서 국내 통계를 겹쳐 보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중소기업 유연근무 활용률은 2021년 12.9%를 정점으로 매년 내려와 11.5%까지 떨어졌습니다. 같은 시점 대기업은 36.6%입니다. 유형별로 보면 더 뚜렷합니다. 시차출퇴근제 3.6%, 탄력적 근로시간제 2.6%, 선택적 근로시간제 1.8%, 근로시간 단축근무 1.3%, 재택·원격근무 1.2%로 모든 유형이 5%를 밑돕니다.
팬데믹 시기에 늘었던 원격근무가 되돌아간 것이 큰 이유입니다. 그런데 되돌아간 자리가 원래 자리와 같지는 않습니다. 사무실로 복귀했지만 협업 도구와 문서 기반 업무 관행은 남았고, 이 어정쩡한 상태가 지금 한국 기업 상당수의 좌표입니다. 형식은 대면인데 실무는 비대면 도구 위에서 돌아가는 겁니다.
문제는 이 격차가 인재 이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유연근무는 복지가 아니라 채용 조건이 됐습니다. 직무 성격이 비슷한데 한쪽은 주 2회 재택이 가능하고 다른 쪽은 불가능하다면, 임금 차이가 크지 않은 한 선택은 갈립니다. 2035년까지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구조에서 이 조건은 점점 무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들어온 팀은 무엇이 달라지나요
최근 1~2년 사이 논의의 무게중심은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트형 AI로 옮겨갔습니다. 차이는 단순합니다. 생성형은 요청하면 결과물을 내놓고, 에이전트형은 목표를 주면 여러 단계를 스스로 밟아 처리합니다. 요약을 부탁하는 것과 매주 월요일 아침까지 경쟁사 동향을 모아 정리해두라고 맡기는 것의 차이입니다.
이 전환은 조직에 세 가지 변화를 만듭니다.
- 업무 단위가 결과물에서 프로세스로 옮겨갑니다. 무엇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흐름을 설계했는지가 성과가 됩니다.
- 검증 비용이 새로 생깁니다. 에이전트가 낸 결과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승인하는지 정하지 않으면 속도만 빨라지고 품질은 흔들립니다.
- 팀의 구성이 사람과 에이전트의 혼합으로 바뀝니다. 담당자 표에 사람 이름만 있던 문서에 자동화 항목이 함께 들어갑니다.
앞서 본 콘텐츠 기업이 편집자를 새로 뽑은 것도 두 번째 변화 때문이었습니다. 자동화가 늘어날수록 판단하는 사람의 몸값이 오른다는 것은 여러 현장에서 반복되는 패턴인데요. 분석적 사고가 여전히 1순위 역량으로 꼽히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2035년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요
전망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옮겨보겠습니다. 2035년, 40대 중반의 기획 담당자를 가정합니다.
아침에 출근길 지하철에서 확인하는 것은 메일함이 아니라 밤사이 에이전트가 처리한 작업 목록입니다. 열두 건 중 아홉 건은 그대로 통과시키고, 세 건에 대해 왜 이 결론이 나왔는지 근거를 확인합니다. 사무실에는 주 3일만 나가고 나머지는 집 근처 거점 오피스를 씁니다. 회사가 마련한 곳일 수도 있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유 오피스일 수도 있습니다.
오후에는 2주 뒤 시작할 프로젝트의 인력 구성을 짭니다. 사람 네 명, 상시 가동 에이전트 두 개, 외부 전문가 한 명의 조합입니다. 이 담당자의 핵심 업무는 문서를 쓰는 일이 아니라 어떤 일을 사람이 하고 어떤 일을 맡길지 나누는 일입니다. 저녁에는 회사가 지원하는 온라인 과정을 한 시간 듣습니다. 3년마다 직무 요건이 바뀌기 때문에 학습은 이벤트가 아니라 일과의 일부가 돼 있습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기술이 아닙니다. 근무 장소와 시간이 성과 측정에서 분리된다는 점입니다. 몇 시간 앉아 있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판단을 몇 번 내렸는지로 평가 방식이 옮겨가야 이 하루가 성립합니다. 그래서 미래 일하는 방식의 병목은 기술 도입이 아니라 평가 제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평가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던 조직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대체로 같습니다. 근무 형태만 바꾸고 평가 기준은 그대로 뒀기 때문입니다. 재택을 허용했는데 평가는 여전히 자리에 있는 시간과 즉각적인 응답 속도로 이뤄진다면, 직원 입장에서 재택은 불리한 선택이 됩니다. 제도가 있어도 쓰지 않는 상태, 활용률 통계가 낮게 나오는 배경에는 이런 구조가 깔려 있습니다.
바꿔야 할 것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는 성과 정의입니다. 무엇을 언제까지 어느 수준으로 끝내야 하는지 문서로 합의하지 않으면 관리자는 눈에 보이는 근태로 되돌아갑니다. 둘째는 기록 방식입니다. 논의가 대화로만 흐르면 자리에 없던 사람은 맥락에서 밀려나고, 결국 사무실 출근이 유리해집니다. 셋째는 관리자의 훈련입니다. 원격 상태에서 팀을 이끄는 것은 기존 관리와 다른 기술인데, 이 훈련 없이 제도만 얹으면 관리자는 불안에서 통제를 늘립니다.
공간의 문제도 함께 옵니다. 집이 사무 공간이 되기 어려운 주거 형태가 많은 한국에서는 전면 재택이 오히려 피로를 키웁니다. 그래서 거점 오피스와 공유 오피스가 대안으로 거론되는데, 이 부분은 개별 기업보다 지역 단위에서 답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이 유휴 공공시설을 업무 거점으로 바꾸면 근무지 분산과 지역 활력이라는 두 과제를 한 번에 다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몇몇 지자체가 워케이션 거점을 만들어 시험 중이고, 2035년까지 이 실험의 성패가 지역별로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미래 일하는 방식의 변수는 기술 세 할, 제도 일곱 할에 가깝습니다. 도구는 사면 다음 날부터 쓸 수 있지만, 평가와 기록과 관리의 습관은 몇 년을 들여야 바뀌기 때문입니다.
개인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거창한 전환보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네 단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단계는 자기 직무의 과업 목록을 쓰는 일입니다. 지금 하는 일을 열다섯 개 정도의 과업으로 쪼개 적습니다. 직업 단위로는 불안만 커지지만, 과업 단위로 보면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한지 눈에 들어옵니다.
2단계는 자동화 가능성을 표시하는 겁니다. 각 과업 옆에 이미 도구가 대신하고 있는지, 곧 대신할 수 있는지, 사람이 계속 해야 하는지를 세 갈래로 적습니다. 판단·조율·책임이 걸린 과업은 대체로 마지막 칸에 남습니다.
3단계는 남은 칸을 키우는 학습입니다. 새 도구를 배우는 것보다 그 도구가 낸 결과를 평가하는 능력을 기르는 쪽이 오래갑니다. 통계 읽는 법, 근거를 확인하는 습관, 반대 의견을 설계하는 훈련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4단계는 근무 조건을 협상 대상으로 올리는 일입니다. 유연근무를 요청할 때는 원하는 형태가 아니라 그 형태에서 어떻게 성과를 증명할지를 함께 제시하는 편이 통과율이 높습니다. 활용률 11.5%라는 숫자는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운영 방식을 못 정해서 생긴 결과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미래 일하는 방식은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하지 않습니다. 회의 시간이 조금 줄고, 담당자 표에 사람 아닌 항목이 하나 들어가고, 검토하는 사람의 자리가 하나 늘어나는 식으로 옵니다. 2035년의 일터가 지금과 다르다면 그것은 새 기술이 들어와서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쓸지 정한 규칙이 쌓였기 때문일 겁니다. 규칙을 먼저 만드는 조직과 도구만 먼저 산 조직의 차이는 아마 그 지점에서 갈릴것입니다.
FAQ
AI 때문에 제 일자리가 없어질까요?
직업 전체가 사라지기보다 그 안의 일부 과업이 먼저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세계경제포럼 전망도 대체 9,200만 개와 창출 1억 7,000만 개를 함께 제시합니다. 자기 직무를 과업 단위로 쪼개 어떤 과업이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지 확인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재택근무는 다시 늘어날까요?
전면 재택으로 돌아가기보다 주 2\~3일 출근을 기본으로 하는 혼합형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국내 중소기업의 재택·원격근무 활용률은 1.2%로 매우 낮아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어떤 역량을 배워두는 것이 가장 안전한가요?
특정 도구 사용법보다 결과를 판단하는 역량이 오래갑니다. 고용주가 꼽은 1순위 역량이 분석적 사고(70%)이고, 회복탄력성과 유연성이 뒤를 잇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도구는 2\~3년마다 바뀌지만 판단 기준을 세우는 능력은 누적됩니다.중소기업에서도 유연근무를 도입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정부는 시차출퇴근·재택근무 등을 도입한 사업주에게 유연근무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12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에게는 지원 금액을 더 높게 책정합니다. 제도보다 어려운 것은 성과를 시간이 아닌 결과로 확인하는 관리 방식을 만드는 일입니다.AI 에이전트를 팀에 도입할 때 가장 먼저 정할 것은 무엇인가요?
승인 기준입니다. 에이전트가 만든 결과물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검토하고 책임지는지 정하지 않으면 산출물은 늘고 신뢰는 떨어집니다. 도입 초기에는 자동화 범위를 좁게 잡고 검토 절차를 문서로 남기는 편이 안전합니다.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출처
- WEF Future of Jobs Report 2025: 39% of Skills Change by 2030(Report)
- 세계경제포럼(WEF) 미래의 일자리 보고서 요약(Report)
- 중소기업의 근로시간 추이와 유연근무제 활용 실태 분석 (중소벤처기업부)(Report)
- 유연근무 활용 매뉴얼 (고용노동부 정책자료실)(GovernmentService)
- 2026 에이전트 AI 트렌드: 에이전틱 AI가 기업 업무를 바꾸는 방식(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