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도시 설계는 무엇부터 달라질까요?
미래 도시 설계의 출발점은 더 넓히는 것이 아니라 줄여서 모으는 것입니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은 전국 89곳이고,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2024년 말 기준으로 조사한 전국 빈집은 약 129만 호입니다. 사람은 줄었는데 도로·상하수도·버스 노선은 팽창기에 깔아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 유지비를 줄어든 인구가 나눠 내는 구조가 지금 지방 중소도시가 마주한 현실인데요. 그래서 2030년대 이후 도시계획의 언어는 개발에서 압축으로, 신규 조성에서 재배치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 글은 축소도시가 무엇인지, 콤팩트시티가 해법이 될 수 있는지, 일본 도야마의 성과와 한계에서 무엇을 배울지, 그리고 개인이 거주지를 고를 때 무엇을 봐야 할지를 정리했습니다.
목차
- 미래 도시 설계는 무엇부터 달라질까요?
- 배차 간격 90분짜리 마을버스에서 본 것
- 축소도시란 무엇일까요
- 확장형 도시계획이 남긴 청구서
- 콤팩트시티는 어떤 전략인가요
- 도야마가 성공했다고 그대로 복사할 수 있을까요
- 2040년 미래 도시 설계 시나리오 세 갈래
- 거주지를 고를 때 확인할 네 가지
- FAQ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배차 간격 90분짜리 마을버스에서 본 것
몇해 전 지방 중소도시의 외곽 주거지를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조성된 택지였고, 지도로 보면 도심에서 6km 남짓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붙은 시간표를 보고 잠깐 멈췄습니다. 배차 간격이 90분이었습니다. 오전 7시대에 두 대, 낮에는 두 시간 가까이 비고, 저녁 8시 이후에는 아예 없었습니다.
단지 안을 걸으면서 세어보니 1층 상가 열두 칸 중 영업 중인 곳은 편의점과 미용실 두 곳뿐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임대 현수막이 빛에 바래 글자가 희미해져 있었습니다. 주민 한 분이 "여기는 차 없으면 못 산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그 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소아과는 차로 15분, 응급실은 25분 거리였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같은 도시의 구도심이었습니다. 기차역에서 걸어서 10분 반경 안에 병원·시장·학교·은행이 다 있었는데, 건물은 낡았고 빈 점포가 많았습니다. 도시 전체 인구는 줄고 있는데, 기능은 외곽으로 흩어져 있고 기반은 안쪽에 남아 있는 구조였습니다.
이게 축소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 자체보다, 줄어드는 인구가 넓은 면적에 얇게 퍼져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도로는 그대로 관리해야 하고, 버스는 적자여도 몇 대는 돌려야 하고, 상수도관은 물을 덜 쓸수록 오히려 관리가 까다로워집니다.
축소도시란 무엇일까요
축소도시(Shrinking City)는 인구와 산업이 지속적으로 줄면서 도시 기능이 유지되기 어려워지는 도시를 가리킵니다. 단순히 인구가 줄어든 도시가 아니라, 감소가 구조적이고 되돌리기 어려운 도시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흐름을 정책 언어로 붙잡은 것이 인구감소지역 제도입니다. 행정안전부는 연평균 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주간인구, 고령화 비율, 유소년 비율, 조출생률, 재정자립도 등 8개 지표를 종합해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했고, 5년 단위로 다시 지정합니다. 지표 구성을 보면 알수 있듯이 지금 몇 명이 사는가보다 앞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를 보는 설계입니다.
여기에 최근 도입된 개념이 생활인구입니다. 주민등록 인구에 더해 체류 인구를 함께 집계하는 방식인데요. 주소지는 다른 곳이지만 실제로 그 지역에서 일하고 소비하는 사람을 포착하려는 시도입니다. 행정안전부는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분기별 생활인구 산정 결과를 공표하고 있습니다. 도시 정책의 기준을 정주 인구에서 활동 인구로 옮기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확장형 도시계획이 남긴 청구서
한국의 도시는 반세기 동안 늘어나는 인구를 전제로 설계됐습니다. 도시계획의 기본 동작은 외곽에 택지를 지정하고, 도로를 내고, 상하수도를 연결하고, 학교를 짓는 순서였습니다. 인구가 계속 늘어난다면 이 방식은 합리적입니다. 초기 투자비를 나중에 늘어난 인구가 나눠 부담하니까요.
문제는 전제가 뒤집혔을 때 생깁니다. 인프라는 한 번 깔면 인구가 줄어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도로 길이는 그대로이고, 하수관로도 그대로이고, 제설과 가로등과 노후 관로 교체 주기도 그대로입니다. 결국 1인당 인프라 부담만 계속 올라갑니다.
| 구분 | 팽창기 도시 | 축소기 도시 |
|---|---|---|
| 인구 전제 | 증가 | 감소·고령화 |
| 계획의 기본 동작 | 외곽 확장·신규 조성 | 거점 집중·기능 재배치 |
| 인프라 비용 | 늘어난 인구가 분담 | 줄어든 인구가 분담 |
| 빈 공간 | 곧 채워질 여유 | 관리해야 할 부담 |
| 정책 성공 기준 | 면적·물량 | 접근성·지속가능성 |
빈집 129만 호라는 숫자가 무거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빈집은 단순히 비어있는 집이 아니라 화재·붕괴·범죄 위험이 쌓이는 지점이고, 주변 부동산 가치를 함께 끌어내립니다. 국토교통부가 빈집 정보를 모아 공개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도 빈집을 개별 소유자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관리의 문제로 다루겠다는 신호입니다.
콤팩트시티는 어떤 전략인가요
콤팩트시티(Compact City)는 대중교통이 닿는 거점을 중심으로 주거와 생활 기능을 모으는 도시 전략입니다. 확립된 단일 정의는 없지만, 공통적으로 고밀·복합·대중교통 연계라는 세 가지를 축으로 삼습니다. 한정된 토지와 재정으로 도시를 유지하려면 기능을 흩뿌리지 말고 모아야 한다는 발상인데요.
가장 자주 인용되는 사례가 일본 도야마시입니다. 도야마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구 감소를 전재로 도시를 다시 설계했습니다. 노면전차를 되살려 거점을 잇고, 그 축을 따라 주거를 유도하고, 역 주변을 시민이 머무는 공간으로 바꿨습니다. 결과적으로 2014년 이후 전출보다 전입이 많은 흐름을 이어갔는데, 도쿄를 제외한 일본 도시에서는 드문 성과였습니다.
제도적으로 이를 받친 것이 입지적정화계획입니다. 도시기능 유도구역과 거주 유도구역을 지정하고, 그 구역 안으로 시설과 주거가 모이도록 지원과 규제를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강제 이주가 아니라 시간을 두고 유도하는 접근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도시 기능을 한꺼번에 재배치하는 게 아니라, 건물이 수명을 다해 새로 짓는 시점마다 조금씩 안쪽으로 당기는 설계입니다.
도야마가 성공했다고 그대로 복사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부터는 신중해야 합니다. 일본의 컴팩트 도시 정책을 도야마와 아오모리 두 사례로 비교한 연구들은 같은 제도를 써도 결과가 갈렸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아오모리는 도심 상업시설 중심의 집중 전략을 폈지만 기대만큼의 유입을 만들지 못했고, 핵심 시설의 경영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차이를 만든 요인은 대체로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거점을 잇는 대중교통 축이 실제로 작동하는가입니다. 도야마는 전차라는 축이 있었고 거기에 주거 유도를 붙였습니다. 둘째, 유도 대상이 상업시설인지 생활 기능인지입니다. 쇼핑은 온라인으로 옮겨가지만 병원·돌봄·교육은 옮겨가지 않습니다. 셋째, 시간의 길이입니다. 도야마의 변화는 10년 이상 누적된 결과였습니다.
한국에 옮길 때 추가로 따져야 할 조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 중소도시는 이미 아파트 중심으로 주거가 고밀화되어 있어서, 일본식 저밀 주거지 정리와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또 광역 단위의 인구 이동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구조라, 도시 내부를 압축해도 도시 밖으로 나가는 흐름을 막지는 못합니다. 콤팩트시티는 인구를 늘리는 전략이 아니라 줄어드는 과정에서 생활의 질을 지키는 전략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2040년 미래 도시 설계 시나리오 세 갈래
| 시나리오 | 핵심 동작 | 예상되는 생활 변화 | 위험 요소 |
|---|---|---|---|
| 압축·재배치형 | 거점 중심 기능 집중, 외곽 점진 정리 | 도보·대중교통 생활권 회복, 공공시설 접근성 개선 | 외곽 잔류 주민의 서비스 공백 |
| 네트워크형 | 중소도시들이 기능을 나눠 맡고 연결 | 병원은 A시, 대학은 B시처럼 역할 분담 | 도시 간 협의·재정 분담의 어려움 |
| 방치·관성형 | 기존 계획 유지, 개별 사업 중심 대응 | 빈집·빈 상가 증가, 인프라 노후 가속 | 유지비 부담이 세대 간으로 이전 |
세 갈래 중 어느 하나가 전국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현실적으로는 광역시는 압축·재배치형, 도 단위 중소도시는 네트워크형, 그리고 대응이 늦은 지역은 관성형으로 갈리는 혼합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요한 건 선택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세 번째가 된다는 점입니다.
거주지를 고를 때 확인할 네 가지
도시 설계는 정책의 영역이지만, 그 결과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건 개인입니다. 앞으로 10~20년을 살 곳을 고를 때는 아래 네 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하면 좋습니다.
1단계 — 대중교통 축 위에 있는지 봅니다
지금 차가 있어도 20년 뒤에도 운전할 수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 기차역·전철역·간선버스 정류장에서 도보 10분 안인지, 배차 간격이 30분 이내인지가 실질적인 기준입니다.
2단계 — 응급 의료까지의 거리를 잽니다
응급실과 소아과 접근 시간은 생활의 질을 크게 가르는 요소입니다. 지도 앱에서 심야 시간대 기준으로 실제 이동 시간을 확인해보면 낮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3단계 — 지역의 인구 추세를 확인합니다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역 지정 여부, 주민등록 인구 추이, 그리고 생활인구 공표 자료를 함께 보면 됩니다. 인구가 줄어도 생활인구가 유지되는 지역은 상권과 서비스가 버틸 가능성이 높습니다.
4단계 — 그 도시의 계획 문서를 읽어봅니다
도시기본계획과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은 대부분 지자체 누리집에 공개돼 있습니다. 어디를 거점으로 삼고 어디를 관리 대상으로 두는지가 문서에 적혀 있는데요. 내가 살 곳이 집중 구역인지 정리 구역인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10년 뒤 풍경을 짐작 할 수 있습니다.
FAQ
축소도시라는 말은 곧 그 도시가 없어진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축소는 소멸과 다릅니다. 인구와 산업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도시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지의 문제이지, 도시가 사라진다는 예측이 아닙니다. 오히려 축소를 전제로 계획을 다시 짠 도시들이 생활 만족도를 유지하거나 개선한 사례가 있습니다. 문제는 축소를 인정하지 않고 팽창기 계획을 그대로 끌고 갈 때 생깁니다.콤팩트시티로 가면 외곽에 사는 사람은 이주해야 하나요?
강제 이주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법적으로도 어렵습니다. 일본의 입지적정화계획도 유도 방식이지 강제가 아닙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외곽 지역의 공공서비스 밀도가 낮아질 수는 있어서, 이동 지원·방문 서비스·순환 교통 같은 보완책이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 보완책이 빠진 압축은 결국 취약계층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결과가 됩니다.빈집이 늘면 집값이 싸져서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요?
개별 매물 가격은 내려갈 수 있지만, 빈집이 일정 비율을 넘으면 주변 지역 전체의 관리 수준이 함께 떨어집니다. 화재·붕괴 위험, 쓰레기 무단투기, 야간 안전 문제가 따라오고 그 비용은 남아 있는 주민이 부담합니다. 싸게 사는 기회와 동네가 유지될 가능성은 별개로 따져봐야 합니다.생활인구가 늘면 인구 감소 문제가 해결되나요?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생활인구는 지역 경제와 상권 유지에는 도움이 되지만, 학교·돌봄처럼 정주 인구를 전제로 설계된 서비스는 대체하지 못합니다. 생활인구는 정주 인구를 대신하는 지표라기보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활동을 드러내 정책 대상을 넓히는 도구로 보는 게 맞습니다.수도권에 살면 축소도시 논의와 상관이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방 인프라 유지비와 지역 소멸 대응 재정은 국가 예산에서 나오고, 그 재원은 전국에서 걷습니다. 또 수도권 안에서도 1기 신도시처럼 특정 시기에 함께 지어진 지역은 노후화와 인구 구조 변화를 동시에 맞습니다. 압축과 재배치라는 과제는 수도권에도 시차를 두고 찾아옵니다.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출처
- '인구감소지역' 89곳 지정…행정·재정 집중 지원한다 (정책브리핑)(GovernmentService)
- 2025년 2분기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 산정결과 공표 (행정안전부)(GovernmentService)
- "도시를 줄여라" 콤팩트 시티로 생기 되찾은 도야마시 - 지방생존 리포트(NewsArticle)
- 일본 컴팩트 도시 정책의 한계와 국내 도시 정책에 대한 시사점: 도야마와 아오모리를 사례로(ScholarlyArticle)
- 인구감소시대의 도시관리 과제 및 대응방향에 관한 연구(Report)